Pre-series A 투자에 대한 관점 - 심플랩스, 블루웨일컴퍼니

최근에 어센도벤처스는 심플랩스와 블루웨일컴퍼니의 프리 시리즈 A (Pre-series A) 라운드 투자에 참여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벤처캐피탈은, 극초기 기업들에 투자를 집행하는 액셀러레이터와 달리, 기술, 제품, 서비스에 대해서 시장의 정합성 (product-market-fit) 이 상당 부분 검증된 스타트업들에 투자를 집행합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벤처캐피탈이 스타트업에 투자하여 수익을 내는데 있어서 최적의 구간은, 해당 기업의 기술, 제품, 서비스에 대한 고객들의 수요가 상당히 검증되기 시작하는 시점일텐데요. VC들이 실사를 통해 다양한 지표 (월별 활성 사용자수, 사용자 리텐션, 유료 전환율, 총 구매 금액 등) 를 확인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보통 이때는 회사가 시장에 아직 크게 알려지기 이전이라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덜 받고, 기업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단계입니다. 잠재력 대비 리스크가 움푹하게 들어간, 축복과도 같은 구간이라고 할 수 있지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시리즈 A 에 해당합니다.

물론 시리즈 A 이후에도 회사들은, 얼리 어답터 고객에서 대중 고객으로의 확장, 빠른 성장 과정에서 겪는 조직 확장의 어려움, 경험 있는 멤버들의 영입 및 기존 멤버들과의 화합, 규모의 성장에도 명확한 목표와 문화를 고수해야 하는 과제 등 많은 쉽지 않은 도전들을 겪게 되지만, 이 모든 것에 앞서, 제품 또는 기술이 시장에 필요하다는 사실을 실제로 증명하는 것은 기업의 입장에서 사업의 본질을 검증하는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됩니다.

또, 담당 심사역이 기업에 투자할 때, 투자심의위원회를 개최하여 투자 결정에 참여하는 위원들을 설득하고 승인을 받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 절차는 심사역의 입장에서 매우 까다롭고 부담스러운 과정입니다. 가뜩이나 부담스러운 절차를 거치는 와중에, 심사역의 설득 논리가, “이 회사의 창업자분들이 훌륭해 보이고, 비즈니스의 잠재력이 크다" 일 경우 여간해서 호응을 얻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회사의 활성 사용자들이 이렇게 빨리 늘어나고 있고 이탈율이 적고 유료 전환율이 높으며 고객당 매출이 높다" 라고 설명하면 훨씬 납득시키기 좋은 논리가 되겠죠.

또 다른 관점에서, 적게는 백억에서 많게는 수천억에 해당하는 규모의 벤처캐피털 펀드를 운영하다 보면, 너무 적은 투자를 위주로 집행할 경우, 노력 대비 운영의 경제성이 나오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400억원의 펀드를 운용하면서 기업당 5억원 정도를 집행한다고 하면, 약 80곳에 투자를 집행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운용하는 입장에서 발생하는 관리의 오버헤드는 생각보다 아주 큽니다.

저희 어센도벤처스는, 펀드를 운용하고 투자를 집행함에 있어서, 매우 다양한 스테이지와 규모 (초기부터 Pre-IPO) 의 기업들에 투자를 집행하고 있지만, 위의 이유들에도 불구하고, 다른 VC들에 비해 product-market-fit이 아직 검증되기 이전인 프리 시리즈A 단계에도 투자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저희가 “가장 선호하는 투자 단계” 가 프리 시리즈 A 라운드입니다. 이러한 선호에는 다음과 같은 배경이 있습니다.

투자업을 하다 보면, 산업을 꽤 깊이 리서치하고 고민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투자자 또한 시장의 현실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가지게 됩니다. 즉, “이러한 규모의 시장에서 이러한 문제를 이렇게 푸는 회사들이 있으면 좋겠다” 는 관점 같은 거죠. 그런데,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아주 초기 단계지만 공감할 만한 솔루션을 찾아 놀랄만한 프로그레스를 만들어 가시는 창업자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런 순간에는 시리즈 A 단계의 기업 만큼이나 확신을 주는 지점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예컨데 저희가 이번에 투자를 집행한 심플랩스의 경우, 체계화되고 산업화된 기업형 보석 제조 프로세스가 갖추어지지 않아 규모있는 글로벌 브랜드가 나오지 못하는 한국의 현상황을 인지하고 3D 프린터 등을 활용한 자동화된 보석 제조 프로세스를 갖추어 많은 브랜드 고객들을 확보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블루웨일컴퍼니의 경우, 온라인 배송이 폭증하여 고객들의 배송에 대한 요구 사항이 점점 까다로워지는데 반해 현재의 중간 거점 기반 (Hub and Spoke) 의 물류 구조가 이러한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충족하는데 시스템적으로 맞지 않은 것에 착안하여, 도심지의 유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마이크로풀필먼트 물류 모델을 개발하여 많은 거점에서 그 유효성을 검증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프리 시리즈 A 단계에 투자할 경우, 객관적인 숫자보다, 산업에 대한 더 깊은 인사이트나 창업팀이 쌓아온 결과물에 대한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실사를 할 때도 더 시나리오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고난이도의 두뇌 쥐어짜기 스킬 시전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투자 이후에도 기업들은 더 많은 고민들과 결정 사항들을 마주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도움과 리소스를 필요로 합니다. 그럼 상대적으로 이러한 투자는, 펀드 운용 차원에서 리소스를 낭비하는 것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YES and NO 입니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생각하면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펀드 운용의 관점에서 시야를 좀 넓혀 보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단순한 계산으로는, 적은 금액으로 지분율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회사가 잘 될 경우 얻을 수 있는 수익은 더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펀드 규모 대비 투자 금액이 작을 때는 펀드에 대한 수익 기여도는 생각만큼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소 불확실한 시점에 투자를 했던 투자사와 창업가가 가지게 되는 신뢰와 유대감입니다. 이후에, 이 회사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되면, 그 회사가 다음 투자 라운드를 진행할 때, 신뢰와 유대감을 쌓은 기존 투자자에게 우선적인 투자 기회를 부여할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일종의 콜옵션인 셈이죠. 또 이미 회사에 대해 모든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시간을 쏟아서 불필요한 Due diligence 프로세스를 진행할 필요가 없고, 얘기치 못한 내용들이 발견될 수 있는 리스크도 줄게 되죠.

저희는 이런 방식으로, 설립 이후 지난 3년간 다수의 스타트업들의 프리 시리즈 A 라운드 투자에 참여했고, 또 그분들중 다수가 저희의 팔로온 투자를 받아서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저희는 앞으로도 이러한 초기 투자를 열심히 집행할 계획입니다!

초기 기업 창업자분들, 저희는 어센도벤처스입니다. 스테이 튠드!

Previous
Previous

엔씽 Series B 투자 - “팔로온 (follow-on) 투자” 에 대하여

Next
Next

아도바 Series A 투자 - 크리에이터들의 중국 진출 플랫폼